니나 시몬: 영혼의 노래
넷플릭스 다큐


내가 처음 니나 시몬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미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한 에피소드에서 망했던 암흑가의 보스가 멋지게 복귀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bgm이 너무 아름답고 귀에 꽂혀서 일부러 검색질을 한 결과였다.

노래제목은 'feeling good'이라는 노래로 드라마에서 듣기만 했을때는 특이한 목소리의 남자가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청 옛날의 여성 재즈싱어 였다는 걸 알고 대박 놀랬던 기억이 있다. 진짜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특이한 목소리에 완전 내 취향이라 한동안 그 곡만 무한반복재생이었는데 작년인가 재작년이가 슈퍼문 떴을때 한강가서 밤새도록 이 노래 들으며 달구경 했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아무튼 그때 니나 시몬의 여러 노래를 찾아 들었지만 역시 feeling good 이 가장 좋았고 다른 노래들은 내가 영어가 약하기도 했거니와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한 느낌에 음질도 좋지 않아 크게 인상이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 목소리로 다른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이미 가수는 고인이 된 후라 아쉬움만 있었을 뿐.


그러다가 몇 달전에 넷플릭스 유료가입하면서 니나시몬 다큐가 있길래 관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더 옛날 사람이었고 천재끼 다분한 사람이었으며 과격파 흑인운동의 최전방에 섰던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사생활과 정신적인 문제가 상당했던 연약한 인간이었다. 마치 현대인의 많은 이슈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사람인듯 했다.


재능많던 어린시절, 그당시 당연했던 흑인차별로인한 가난,백인 일색이던 클래식 피아니스트계의 진출실패. 생계를 위해 재즈아티스트, 대중가수로 전향하면서 매우 큰 돈을 번다. 덕분에 흑인이면서 흑인하인을 부리며 사는 상류층의 삶을 살게 되고 어느정도는 미국사회에서의 흑인컴플렉스를 해소하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매니저이자 동업자이던 남편의 무리한 행사스케줄, 공연일정으로 남편과 가정불화를 겪게되고 급기야 남편의 폭력행사로 사생활도 파탄나기 시작한다. 성격은 점차 예민해지고 과격해졌으며 때마침 불어온 흑인인권운동의 여파와 더불어 그녀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노래들이 흑인인권운동의 상징처럼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연스레 니나시몬의 음악방향도 흑인해방쪽으로 선회하고 점점 더 사상은 과격해져 갔다. 평화적인 인권운동이 아닌 무장투쟁과 폭력에 의한 해방을 호소했으며 자신의 음악과 공연을 무기로 비폭력이 아닌 폭력수단을 통한 해방을 주장했다. 당연스레 정치적이 되어버린 그녀의 음악적 평가는 내려가기 시작했고 마틴루터  킹이 피살되고 많은 좌절하는 흑인운동가들을 보면서 미국사회에 실망하며 아프리카로 이주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은 처참했고 한때 문화의 중심에 있던 그녀의 명성은 동네 시골 펍에서 거의 없는 관객속에서 공연하는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개인적인 정신병 문제때문에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결국 가족에게 버림받고 철저히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음악적 동업자였던 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말년에나마 다시 공연장에 서며 사랑하는 팬들에게로  돌아왔다.

 


사실 그녀의 사상이나 정치적 견해는 내가 겪어본 것도 아니라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한 사회의 성공과 인정을 바랬던 재능있는 사람으로서, 백인사회를 경멸하면서도 화려한 카네기홀로 대표되는 그들의 문화에 대한 동경, 그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뇌가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개인으로서의 그녀는 스스로를 절제하고 통제하며 살수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던 듯 하나,
음악가로서, 예술가로서의 모습은 누구보다 인간다움과 자부심을 갈망했던 모습이라 처절하고도 아름다웠다.

ps.아래 링크는 정말 인상깊었던 노래

Ain't Got No, I Got Life - Nina Simone:
http://youtu.be/L5jI9I03q8E

 

집도 없어, 구두도 없고
돈도 없고, 격조도 없지
스커트도 없고, 스웨터도 없어.
향수도 없고, 사랑도 없고, 믿음도 없고.
교양도 없어, 어머니도 없어,
아버지도 없어, 형제도 없어,
자식도 없고, 이모도 없고, 삼촌도 없지.
사랑도 없어.
정신도 없고.

나라도 없어, 교육도 못받고.
친구도 없지. 아무것도 없어.
와인도 없고,
돈도 없고,
신념도 없고,
하나님도 없고,
사랑도 없어.

그럼 내가 가진것은 뭐지?
머리카락이 있고, 머리통이 있지
뇌가 있고, 귀가있고, 눈이 있고, 코가 있고,
입이 있고, 성별이 있지.
팔이 있고, 손이 있고,
손가락이 있고, 다리가 있고,
발이 있고, 발톱이 있어.
간이 있고, 피가 있어.
생명이 있지.

두통이 있고, 치통이 있고
당신들처럼 인생의 고통이 있어.

혀가 있고, 목이 있고,
영혼이 있어.
가슴이 있고, 등이 있고, 성별이 있고,
자유가 있어.
삶이 있어.

 

 

*이 리뷰는 예전의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티스토리로 옮겨온 것입니다. 3,4년 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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