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용 주토피아

 

늑대같은 남자와 토끼같은 여자의 연애스토리가 주는 짜릿함과 스릴은 많은 로맨스물의 인기많은 소재중 하나다. 어린이용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만 봐도 두 주인공이 토끼와 늑대다(물론 연애물은 아니지만).

 

포식자 늑대와 가녀린 초식동물 토끼의 조합은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심지어 늑대는 기본적으로 동물 자체가 매우 잘생겼다. 날카로운 이빨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늑대라는 동물 자체가 가진 특성과 아름다움은 '저런 동물한테는 한번쯤 먹혀봐도 좋지 않을까', 내지는 '저 위험한 야생동물을 내가 길들일수 있다면' 이라는 판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한때 많은 드라마나 매체에서 짐승남에 열광했던 것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위험하고 고독한 수컷에 대한 선호는 로맨스에 있어서는 정석과 클래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19금이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그러나 순수한 사랑보다는 비열하고 슬프고 생존게임에 가까운 어른의 사정 가득한 이야기다. 토끼와 늑대는 진지한 연애관계가 가능할까. 쓸데없이 진지하게 비현실적 설정을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이야기.

 

 

동물의 세계? 인간의 세계? 그 어느 쪽 일 수도 없는 비스타즈 세계관

 

비스타즈의 세계관은 지능높은 동물들의 사회다. 다양한 동물들-포유류부터 조류 파충류까지. 의인화 가능한 척추동물은 다 나오지만 모두가 사람처럼 직립보행을 하고 언어생활을 하며 사람과 똑같은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간다.

 

다만 동물들은 크기와 식성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주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계층이 나뉘어 있으며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의 기준에 맞추어 디자인되어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모든 동물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 육식동물은 본능을 억제하고 초식동물처럼 베지터리안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통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범죄-'식살' 이라 일컫는 동물을 잡아먹는 행위가 일어나기도 하고 암암리에(혹은 공공연하게) 육고기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의 혈액을 구해 마치 마약처럼 즐기기도하며 빈곤에 처해진 초식동물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육식동물에게 팔며 돈을 벌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 세계관은 철저하게 포식자와 피식자간의 역학관계로 이루어진 인간의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개별성, 각자의 생리, 특수성보다는 이 동물이 육식인가 초식인가로 일괄로 구분되어지며 피식자는 무조건적인 피해자, 24시간 불안에 떨며 살 수 없는 구조적 약자로 규정되고 포식자는 날때부터 힘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자체가 폭력일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강자로 그려진다.

 

그러니까 동물의 이야기지만 동물의 특성이나 자연의 특성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자연의 약육강식에 대한 편견에 가까운 선입관을 그대로 가져가며 '인간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겉모습만 다양할 뿐, 사실은 강자와 약자 이분법에 의해 나눠지는 세계관.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아주 찜찜하며 암울하고 행복같은 것은 조금도 없다.

 

 

그 누구도 행복한 캐릭터가 없다.

 

이야기는 명문학교 체리톤학원 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초식동물 학생이 '식살'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학교는 뒤숭숭해지고 초식동물과 육식동물간의 불신이 학교를 잠식한다. 육식동물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고 초식동물은 육식동물들을 대놓고 따돌리거나 경계한다. 초식동물은 초식동물대로 피식자로서 본능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육식동물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의심과 거짓소문으로 고통받는다.  

 

주인공 레거시는 체구가 커다란 회색늑대다. 연극부에서 미술담당인 그는 기본적으로 소심하고 무기력하다. 자신이 육식동물인 것에 컴플렉스가 있으며 얼마든지 주변의 친구들이나 작은 동료들을 무심코 해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자기비하가 심하다.  토끼 하루를 만나며 처음으로 자신의 육식본능에 눈을 뜨게 되는 데, 거의 동시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이 작고 여린 토끼와 사귈 수 있을 지, 왜 자신은 쓸데없이 육식동물인지, 육식본능을 마치 질병취급하는 이 세계관 내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하하며 우울에 빠진다. 더군다나 자신의 본능에 심어진 폭력성으로 하루를 위험에서 구해냄에도 이 기조는 거의 끝까지 유지된다. 그는 한번도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거나 사랑한 적이 없다.

 

또다른 주인공 하루는 학교 내의 최 약체 토끼다. 이 학교에는 토끼도 몇 종류가 있는데 아주 평범하고 희소성 조차 없는 흰토끼이다. 초식동물인 것은 둘째치고 같은 종 내에서도 따돌림 받고 있으며 특히 매우 비틀린 연애관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남자들의 성적요구를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 침대에 끌어들일 때도 있다. 사랑은 아니다. 딱히 성욕이 남들보다 특출난 것도 아니다. 이유라는 것이 상대방과 성관계를 할 때만 약자취급이 아닌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느껴져서 그랬단다. 그래서 연애관계가 파탄나서 화가난 상대남의 여친들이 원한을 품고 있으며 왕따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주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선택에 고민이 없고 막사는 듯 보이는 절망 속의 인생. 그녀는 희망을 가져본 일이 없으며 늘 죽을 것 같은 불안함을 참고 살고 있다. 하루는 피해자의 삶에 익숙하다. 

 

체리톤 학원의 슈퍼스타 루이는 연극부 주연배우이자 권력자다. 숫사슴으로 엘리트. 집안은 정계의 유력자인듯 하다. 도살장에서 번호표를 찍힌채 도축될 날만 기다리고 있던 처지였지만 특유의 정의감으로 높은 사람의 눈에 들어 그의 집안에 양자로 입적된다. 후계자가 될 의무가 있는 삶. 철저하게 모든것을 숨기며 완벽함을 연기한다. 다리가 부러져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흔들려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하루에게 애정이 있으면서도 아무관계 아닌것처럼. 약한 초식동물이지만 생태계 최강자인 것처럼. 진짜 표리부동한 정치인들 같은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매일같이 초식동물로서의 불안감에 떨고 있으며 자신의 약한 육체를 저주하고 혐오한다. 육식동물을 증오하지만 겉으로는 평화를 지향하는 척, 모두의 정의로운 조정자인 척 하는 위선과 허세의 캐릭터. 정혼자가 있으면서 하루와 육체관계를 맺고 그녀에게 마음주지 않을거라 대놓고 얘기하는 쓰레기. 그러면서도 정작, 하루에게 생명의 위험이 닥칠 때는 자신의 지위때문에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약함과 비겁함에 스스로 무너져 버린다. 

 

이 외에도 본인이 육식동물임이 자랑스럽기에 불법적으로라도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호랑이(이름 까먹음), 식당에 자기가 낳은 계란을 공급해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암탉, 하루에게 남친을 빼앗기고 하루를 주도적으로 왕따시키는 일진토끼, 채식도 육식도 할 수 있지만 본인의 의지로 대나무만 먹고 사는 암시장의 심신 내과의사인 무술고수 자이언트 판다. 레거시를 좋아하며 출세욕과 야심 넘치는 암컷늑대 등,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각자의 처지에 맞는 서로 다른 딜레마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딜레마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 살아가게 되어버린 이유는 웃기게도 '공존, 공영'을 모두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이다. 

 

 

모든 생물이 같은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이상한 동물의 세계.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은 다양성의 표현이라는게 고작 겉모습의 차이 뿐인것 같다. 토끼와 늑대는 완전히 다른 생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마치 똑같은 사람인데 몸집 크기와 식성만 다를 뿐이다. 힘의 크기가 개인을 나타내는 전부인 것 같은 세계관. 동물의 모습으로 표현함에도 진짜 동물의 특성은 폭력성 이외에는 표현되는 것이 없으며 그렇다고 인간의 특성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동물적인 설정이다. 

 

하루는 초식동물이자 체구가 작고 암컷이다. 이것이 그녀의 성격을 이루는 캐릭터 소스의 전부다. 그녀의 성격형성은 이 세가지에서 모두 기인한다. 진짜 토끼처럼 형제가 수십마리씩 되거나 수명이 짧다거나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모성이 강하다거나 스스로 굴을 파며 자기집을 만든다거나 추운 계절을 나는 방법 등, 진짜 토끼라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은 없다. 그녀의 비틀린 연애관이나 삶은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약자'인 정체성에서 나온다. 다른 토끼 캐릭터도 있지만 품종이 조금 더 좋다거나 남자거나 하는 등, 하루와 비슷한 계층적 설정은 하루가 유일하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선역에 속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그런대로 잘 지내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 작품은 초식동물의 손에 무기를 쥐어주고 육식동물에게는 영원토록 본능을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자연속의 개체들은 절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각자의 삶과 욕구에 충실하기에 다양성은 생겨난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채 약자로서의 정체성에만 매몰된 토끼 하루, 개인의 특성과 캐릭터보다는 늑대로서 포식자로서의 캐릭터가 전부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회색늑대 레거시.

 

결국 이 애니메이션의 모든 캐릭터는 계층 컴플렉스에 심각하게 빠져 있다. 개인의 꿈과 생활은 없고 고개를 푹 숙여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만 바라보며 자학하는 주인공을 볼 때마다 나는 홧병이 날 것 같았다. 캐릭터는 없고 계층의 대변자만 존재하는 작품. 그래서 볼 수록 미간이 찌푸려지고 기분이 우울해지며 찜찜하고 불편감을 유발한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한 작품이랄까.

 

 

동물의 삶, 자연이 힐링을 주는 이유-생존의 다양성

 

나는 포식과 피식의 선악구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다큐멘터리를 볼때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에서 힐링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놀라울 만큼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생존방식이 힐링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며 머리가 복잡할때, 자연은 나 따위는 비교도 안될 만큼 과격하면서 놀라운 방식으로 생존하고 유전자를 퍼트리며 살아간다. 거기에는 선도 악도 없다. 생존을 위해 본능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으며 새롭게 환경이 변화한다면 그에 맞추어 바뀐 생존방식이 또 유전자에 새겨진다. 육식동물이 없는 세상은 초식동물의 천국이 아니라 폭증하는 초식동물의 먹이활동으로 인한 초원의 황폐화, 식물의 멸종이며 다시 피해는 먹이가 없어져 굶주리게 될 초식동물에게 돌아온다. 포식자의 삶도 생각보다 사냥 성공률이 높지않아 굶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육식동물도 초식동물도 아무런 이유없이 랜덤하게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존환경에 따라 그렇게 살아남게 된 것이다. 존재에는 선악을 부여하면 안된다. 힘에 대한 책임의 의미가 힘에 대한 형벌인 것처럼 묘사되는 찜찜함. 그래서 나는 공존을 이야기 하는 이 작품에서 도리어 편협함을 느꼈다.

 

 

차라리 동물이 아니었다면

 

철저하게 인간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찜찜하지는 않겠지만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동물 캐릭터가 아니라면 이야기 구조도 심플하고 평범한 편에 속할 거다.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은 캐릭터가 동물이기에 외형의 호감도, 집중도가 아주 좋다는 것이다. 인간캐릭터였다면 호불호가 있었을 것을 동물이기에 거부감이 없다. 인간의 모습이었다면 발암캐, 혹은 극혐캐 같은 별칭이 붙었을 캐릭터가 대다수다. 그나마 얼굴이 귀엽고 재밌는 동물 모습이기에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위험한 늑대와 가녀린 토끼의 애정씬을 보고 두근두근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을까. 표현도 리얼하고 퀄리티도 굉장히 좋다. 로맨스를 기대하고 봤지만 사실 사회물에 가깝기 때문에 기대는 깨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게되는 흡인력이 있다. 

 

그럼에도 선악을 동물로 빗대어 표현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든다. 인간에게도 포식자와 피식자가 있다고 보여주는 것일까. 소형동물은 선하고 대형동물은 악한가? 당근과 채소를 먹으면 선하고 고기를 먹으면 악한가? 그래서 피식자들이 서로 힘을 함쳐 포식자에 저항해야 한다고? 진짜로 동물처럼 자신이 포식자인지 피식자인지 외형으로 드러난다면 골치아플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그 둘은 구분할 수 없다. 누가봐도 늑대인 인간, 누가봐도 토끼인 인간이 있나? 같은 사람이어도 누군가에겐 토끼가 되고 누군가에겐 늑대가 된다. 포식자임에도 철저하게 피식자를 가장하는 사람도 흔하다. 폭력으로 선악을 구분하려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점을 철저하게 이용하며 속이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를 구분할 수 없다. 잡아먹히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을 뿐이다. 

 

 

성욕=식욕=폭력인 세계관

 

회색늑대 레거시는 토끼 하루에게 침을 흘리며 식욕을 느낀다. 또한 자신을 난생 처음 수컷으로 대하는 하루를 이성으로 의식하게 되며 성욕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모두 하루의 관점에서는 폭력이다. 식욕은 곧 자신의 죽음으로 직결되며 성욕은 지나친 체격차이로 인해 결국 폭력이 될 것이다.

 

레거시는 하루에게 호감이 있지만 포식자로서 먹이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도 레거시에게 호감이 있지만 자신이 그에게 먹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의 입속에 자신의 팔을 자연스레 쑤셔넣는다.(이 부분은 사실 잘 이해가 안감. 피식자로서의 본능이 먹히는 본능이라는건 좀...도망가는 본능이라면 모를까...) 둘의 이성적인 호감은 본능적인 관습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욕과 식욕은 생명으로서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와 동시에 생존과 직결되는 욕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그런 기본욕구를 폭력으로 느낀다? 존재자체를 폭력으로 느끼는 관계가 친구일 수 있을까? 같이 살아가는게 가능하기나 할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존재자체가 한쪽에게 일방적인 폭력인 관계를 같이 공존하는 관계로 설정했다. 인간세상을 빗대어 표현했다치면 이 작품은 인간사회를 그정도로 끔찍한 사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일 뿐인데도 마치 동료인척 친구인척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으며 때로는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기 까지하는 모순적인 세상이라고. 

 

또한 비스타즈 세계관에서 이종간의 연애는 일종의 성소수자처럼 흔치 않은 일인 것으로 표현된다. 이종간 커플은 입장도 안되는 러브호텔이 있을 정도다. 당연히 자식을 낳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들의 모든 동료들이 둘의 연애를 보며 못믿겠다는 반응을 하고 응원을 하지 않는다. 회색늑대의 절친 리트리버는 토끼랑 사귀어도 변태취급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정도다. 둘의 사랑은 진정한 애정일까 잘못된 폭력일까. 늑대는 토끼에게 꽂혔고 토끼는 늑대에게 목숨을 빚졌다. 둘의 사랑은 지나친 고민과 너무 많은 망설임과 옳고 그름에 대한 저울질로 점철되어있다.

 

 

사랑은 교통사고여야 하는데

 

그래서 둘의 러브라인은 그다지 두근두근하지 않다. 머릿속을 비워내는 산뜻한 감정이 없다. 서로에게 다가가는데 뭔 수만가지의 이유가 필요하고 각자의 생존본능을 억눌러야 한단다. 레거시는 그런 사랑을 해서 행복한가? 하루는 그런 사랑을 받아 행복할까? 장르가 어찌되었든 이야기의 주축이 둘의 연애인데 뒤로 갈수록 그다지 설레지도 않고 별로 응원할 맘도 안든다. 작품의 완성도를위해 억지로 연애시키는 느낌이다. 둘은 서로 가까이 갈수록 행복과 편안함보다는 서로를 향한 불안과 자신을 향한 불신으로 괴로워한다. 그냥 싸게싸게 헤어지고 딴사람 찾았으면 좋겠다. 둘 다. 굳이 왜? 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러브스토리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총평

 

탄탄한 원작덕분인지 완성도가 높다. 이런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완성도, 작품성 높은 '작품'을 원한다면 강추한다. 원작은 굉장히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캐릭터디자인도 굉장히 잘 되어있고 아이디어도 좋다. 나처럼 머릿속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즐겁고 재미지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명의 주인공 보다 개인적으로는 사슴 루이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현실에 있음직한 입체적인 밸런스가 탄탄한 캐릭터다. 목표도 분명하고 트라우마도 분명하고 내면의 강약표현이 세련되었다. 레거시처럼 일방적 찌질이도 아니고 하루처럼 한숨나오는 캐릭터도 아니다. 쓰레기캐릭터지만 잘생긴 타는 쓰레기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누구든, 봐서 재미없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찜찜하고 암울해지긴 하겠지만. 

 

 

비스타즈

 

 

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섹시한 뱀파이어로 나왔던 배우 이안 소머헐더가 또 흡혈귀 물을 찍었다. 다만 흡혈귀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흡혈귀 유전자를 연구하는 박사 루서 로 나온다. 누구보다도 흡혈귀 비주얼을 하고 있지만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 체질이다. 원작은 조나단 마버리(Jonathan Maverry)의 그래픽 노블 <V-Wars>

 

 

 

이 드라마는 흡혈귀에 대한 설명이 일종의 변형된 단백질에 의한 진화인 것으로 설명하는데 마치 네안데르탈인이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처럼 돌연변이를 통해 새롭게 진화한 인류의 종 혹은 유전병(이렇게 흡혈귀로 감염된 사람을 블러드로 명명된다.)으로 설명한다. 알 수 없는 어떤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면 각자 가지고 있는 특정한 유전자가 변이되어 흡혈귀로 변하는 것. 사람에 따라 그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혹은 없는 사람도 있는데 주인공은 그 유전자가 없어 흡혈귀로 발현되지 않는다. 최초의 뱀파이어 변이자는 주인공 루서의 가장 절친 마이클 페인. 마이클은 최초의 흡혈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해치게 되고 연쇄살인마 타이틀이 붙으며 가장 유명한 블러드가 된다. 그리고 명성에 걸맞게 그는 전국에 퍼진 블러드들의 리더가 되어 자신들의 집단 혹은 국가인 블러드네이션을 세운다.

 

이 새로운 존재를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그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자 치료 혹은 복지의 대상(주인공, 선역의 관점), 짐승으로 변해버린 테러리스트로 배제와 관리의 대상(악역의 관점), 새롭게 진화된 신인류(또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들의 흡혈 본능을 생존 권리로 인정받기 원함-블러드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 단순한 액션 스릴러라기 보다는 소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흡혈귀라는 포식자의 정의를 다루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포식자는 지구상의 종의 다양성으로 혹은 인류의 다양성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물론 극의 진행은 철저하게 재미 위주로 진행된다.

블러드를 치료하고자 하는 주인공 루서와 하나의 종으로서 신 인류이기를 원하는 마이클 외에도, 포식자로서 모든 인류를 절단 내서라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하는 에이바, 그저 별 생각없이 좋은게 좋은거 하며 흡혈귀 라이프를 즐기는 대니카, 자신을 흡혈귀로 만든 대니카를 경멸하며 인간으로서의 선량함을 지키고 싶어하는 밀라, 인간이 되었든 블러드가 되었든 무조건 승리자가 되고 싶은 니클러스. 조회수에 인생 바친 기레기 케일리 등 각자의 목적을 가진 캐릭터들의 행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그럭저럭 재밌게 볼만한 미드. 별점 준다면 5개중 4개정도 될 것 같다.

 

 

넷플릭스는 히어로 무비가 정말 정말 많다. 돈 만원 나가는데에도 부들부들 떨리는 요즘에도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유료 정액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원작은 그래픽노블 <엄브렐라 아카데미>

 

 

등장인물

 

레지널드 하그리브스 /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창시자. 7멤버들의 아버지. 드라마의 원흉. 

루터 / 자경단. 넘버1. 리더, 초능력은 힘. 임무 중에 특수 혈청을 맞고 몸이 마운틴고릴라처럼 변했다. 변해버린 몸때문에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져 아버지의 명령으로 혼자 고립되어 살 수 있는 달로 보내진다. 

디에고 / 자경단. 넘버 2, 초능력은 명중. 형제들중 거의 유일하게 현재까지도 자경단 역할을 하고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심하다. 

앨리슨/ 영화배우. 넘버3, 

클라우스/ 약물중독. 넘버4, 귀신을 보는 능력. 이 능력때문인지 정신이 망가져서 알콜중독, 약물중독이 되어 버렸다. 게이 캐릭터. 

파이브 / 실종상태. 넘버5. 순간이동(공간 도약)

벤 / 사망상태. 넘버6. 죽어서 귀신이 된 이후로 오직 클라우스만 소통이 가능하다.

바냐/ 바이올리스트. 넘버7, 주인공이자 빌런.

그레이스/ 엄마 역할을 하는 안드로이드. 60년대 스타일의 메이크업과 칼같은 라인을 자랑하는 A라인 스커트가 멋지다.

포고/ 집사, 천재 침팬지

차차, 헤이즐/비밀요원

 

줄거리

 

1989년 10월 1일에 전 세계에서 43명의 아이가 어떠한 임신의 과정도 없이 갑작스레 태어난다. 별난 갑부였던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는 본인이 할수 있는 최대한 입양해 키웠는데 총 7명을 입양했다. 그는 그 일곱명 중 초능력이 있는 6명을 자경단으로 만들기 위해 어릴때부터 집을 엄브렐라 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처럼 만들고 히어로 영재교육을 시킨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어머니를 붙여주기 위해 완벽한 어머니상으로 셋팅된 안드로이드까지 만들어  최고의 가정주부 역할을 하게 한다. 그러나 초능력이 없어 철저하게 차별대우를 당했던 넘버7 은 자신들의 가족들과 특히 아버지를 저격하는 자서전을 출판했는데 그 이후로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사람들의 비판을 받으며 문을 닫고 히어로였던 형제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채 엉망진창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비뚤어진 어른이 되어버린 옛 히어로들에게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가 들려오고 서로 원수처럼 지내던 형제자매들은 장례식을 위해 다시 엄브렐라 아카데미로 모여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뷰

 

  어릴때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7명의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의 규율에 따라 살았는데 어릴 때부터 철저한 영재교육으로 능력에 따른 차별대우를 경험한다. 특히 어린나이에 받는 언론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는 그 혜택을 받는 형제들에겐 스타병을, 그렇지 못한 바냐에게는 무너진 자존감을 주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사악한 범죄자들과 싸우면서 아이들은 법의식과 윤리의식이 희박해지고 몇몇에게는 폭력적인 성향마저 나타나게 된다. 등장 인물들은 이러한 유년기의 비정상적인 교육으로 인해 인생이 망할만큼 망한 상태로 다시 재회하면서 수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서로 부딪힌다.

 

 물론 이 드라마는 sf장르이므로 이상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인간관계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그리브스는 미래의 멸망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으며 자식들을 히어로로 키운것도 그를 위한 것. 7명의 멤버들은 아버지가 남긴 기록을 찾아보며 그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정체불명의 조직이 쫒아다니는 파이브. 그는 어릴때 공간 도약 후 실종되었다가 아버지의 장례식에 어릴 때 그 모습 그대로 갑작스레 나타난다. 공간 도약을 하다가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시간 여행을 해버린 그는 미스터리한 조직에게 쫒기게 되는데 마치 영국 sf드라마 <닥터 후> 를 연상케하는 연출과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가족갈등+시간여행 SF+미스테리+히어로물 이 합쳐진 장르.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아역 조차도 발연기가 없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극에 잘 녹아있다. 그래픽과 특수효과도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다. 캐릭터가 입고 나오는 패션이나 음악도 캐릭터의 개성을 돋보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안드로이드 엄마 그레이스가 명화가 가득한 벽면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절로 눈물이 나던 장면. 그리고 플롯의 반전과 진행도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다. 어디까지나 재미에 충실한 극 진행이 매우 마음에 든다.  엔딩도 화끈하고 명확해서 찝찝하게 남는 것도 없다. 다만 너무 완성도가 높아서 그런지 시즌 2를 암시하는 엔딩에도 그다지 뒤가 궁금하지 않았던...^^ 그다지 발암 캐릭터도 없고 모든 인물들 면면이 설득력있고 매력이 넘친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하게 되는 킬링타임에 딱 적당한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C TITAN

 

미국 히어로 컨텐츠의 대표주자,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을 주축으로 하는 저스티스리그 히어로 군단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코믹스 시리즈들을 만들어내는 DC 코믹스.  그 중에 청소년 히어로들을 모아 만든 <틴 타이탄즈>라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들이 성장한 이후를 다룬 <타이탄즈>라는 시리즈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원작인지는 잘 모르겠고 내용도 많이 다른 것을 보면 그 기본 설정과 캐릭터만 가지고 19금 청불 드라마로 만든 TV시리즈 인 듯하다.

 물론 같은 캐릭터들이 나올 뿐 내용이나 설정, 캐릭터간의 관계는 많이 다르다. 일단 틴 타이탄이 아니라 DC타이탄인 만큼 성인 취향에 맞게 어둡고 다크하다.

 

틴 타이탄즈 멤버들의 성인이 된 이후를 다룬 타이탄즈.
메인 히어로들이외의 조연 히어로들이 모여있는 틴 타이탄즈. 코믹스로는 굉장히 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등장인물/ (스포 있음)

 

레이첼(레이븐) Teagan Croft -시리즈의 메인 주인공이다.  악마 트라이곤의 딸로 악마의 능력이 있다. 거짓말을 간파하거나 상대방을 순간적으로 위협하거나. 또한 역으로 치료의 힘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저것 요긴한 쓸모있는 기술만 모아놓은 ^^. 고스족 스타일로 짙은 스모키화장과 검은 옷. 레옹의 마틸다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 비밀을 간직한 틴에이저 캐릭터답게 중2병스러운 어두운 성격으로 나온다. 원작에서는 후드를 뒤집어쓴 전형적인 악마 숭배 마녀 스타일로 나오는 듯.

 

딕 그레이슨(로빈) Brenton Thwaites -고담출신의 디트로이트 형사. 배트맨의 사이드킥 그 로빈 맞다. 배트맨에게는 여러 로빈들이 있는데 서커스단 출신의 제일 첫번째 로빈이다. 내용을 보니 추후에 나이트윙으로 변하는 것도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초능력은 없지만 배트맨에게서 받은 값비싼 장비들이 많고 그가 제공하는 여러 안전가옥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거대 돈줄 인맥) 특히 어릴때 부터 훈련받은 전투능력 과 형사로서의 능력 덕분에 실제 살상력은 시리즈에 나오는 등장 인물중 제일 좋다.(시즌1 기준) 현재는 로빈을 은퇴했지만 마음은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이 아직 많이 남은 ex 로빈 상태다.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는 뭔가 팀 동료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좀더 가족에 가까운 듯. DC세계관에서 배트맨인 브루스웨인은 로빈을 맡아 기르기도 했으니 사실상 의붓 부자 관계나 다를 바가 없다. 배트맨 코믹스에서도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상태에 대한 묘사가 꽤 디테일한 편이다. 타이탄에서도 그 부분이 매우 부각되어 배트맨과의 애증과도 같은 관계가 스토리의 큰 축이 되고 있다. (물론 배트맨은 정식으로 출연하지는 않는다. 이름으로 언급되거나 거대한 실루엣 정도로만 나옴.)

 

코리 앤더스(코리앤더) Anna Diop -외계인. 악마 트라이곤을 막기위해 지구로 우주선 타고 찾아왔다.(강력스포) 틴 타이탄에서의 외모 설정은 그냥 어마무시하게 아름다운 설정이라던데 DC타이탄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투머치한 패션을 선보이며 마치 미국에 트로트 가수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은 차림새를 하고 나온다. 유혹적인 성향으로도 나오는데 뭔가...할말하않... 몸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불꽃을 쏘아댄다. 마치 내 안에 흑염룡이 살아 숨쉬는 듯한...  멤버들 중에는 화력은 넘사. 누가 봐도 초능력자 느낌 뿜뿜하다. 다만 배우의 연기력 때문인지 기대하는 것 만큼의 카리스마라던가 매력은 그냥 그런 것 같다. 

 

가필드(비스트 보이) Ryan Potter - 사고가 나서 왠 야매의사한테 시술받고는 호랑이로 변신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나이에 걸맞는 성향을 보여주는 캐릭터. 게임좋아하는 덕후 캐릭터로 생각 없이 사는 철없는 10대느낌으로 나온다. 그러나 레이븐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람을 물어죽인 후, 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제이슨 토드(2대 로빈)- 딕 그레이슨이 로빈을 그만 둔 이후 후임으로 들어온 로빈. 로빈임이 너무 자랑스러우며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딕의 의붓동생에 해당되는 셈. 그것도 자신이 가출한 사이에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해버린 얄미운 포지션처럼 나온다. 

 

던(도브) Minka Kelly -발레리나 출신의 간호사. 이타적인 마음과 배려심을 담당하는 캐릭터로 등장인물 중 제일 착하다. 딕과 행크 사이에서 삼각 관계를 이루고 있다. 현재는 행크의 연인. 

 

행크(호크) Alan Ritchson -전직 풋볼플레이어. 과거의 트라우마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히어로가 되었다. 부상 후유증으로 약물 중독(진통제로 보임) 상태로 보인다. 과거 로빈과 함께 팀으로 활동했었지만 로빈이 히어로를 그만 둔 이후 던과 둘이서만 자경단 활동을 하고 있다.

 

도나 트로이(원더 걸) Conor Leslie -원더우먼의 사이드킥. 그녀도 로빈처럼 자경단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기자 도나로서만 살아가는 중. 배우가 살짝 앤 헤서웨이 닮았다. 등장인물 중 외모로는 제일 예쁜 듯. 

 

 

감상/

 

사실 이야기의 큰 축은 모든 히어로 인물들의 내면에 말 못할 큰 어둠(악마적 성향)이 있고 다들 그러한 자아와 싸우느라 고군분투한다. 특히 레이븐을 노리는 악마 트라이곤은 인물들의 그런 면을 증폭시키고도 있다. 문제는 로빈과 배트맨의 관계가 참 막장 드라마스러운 면이 있어서 시선이 그쪽으로 다 쏠린다는 점이다. 악마의 딸 레이븐과 그녀를 되찾기 위한 악마의 스릴러가 중심 축이 되어야 하는데 보는 내내 배트맨과 로빈. 그리고 새 로빈의 막장스토리가 궁금하고 신경쓰인다. 2기 제작이 확정되었다니 추후에 더 자세한 스토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 

 

넷플릭스에서 볼수 있는 DC 스토리가 꽤 많은데 그 중 퀄리티가 높은 편은 아닌것 같다. 마블의 데어데블이나 제시카 존스 같은 분위기의 느와르로 끌고가려는 느낌이 있지만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가 크게 인상깊은 편은 아니다. 주연인 레이첼은 아무리 봐도 짝퉁 마틸다 같았고  내용상으로도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느낌이다. PC들의 트렌드에 맞춘 스타일의 악역과 소재들. 그렇다고 크게 자극적이거나 개사이다를 울부짖을 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이도 저도 아닌 드라마가 되어버린 느낌. 다만 미드 고담을 재밌게 봤던 입장에서는 마치 배트맨의 사이드 스토리같은 느낌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잘 본 편이다. 개막장으로 변한 고담시티의 묘사는 꽤 인상적. 멋있는 악역도 인상깊은 장면도 기억에 없지만 두 명의 로빈 만큼은 매우 잘된 캐스팅같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투와 애증 섞인 두 사람의 로빈들 신경전이 제일 재밌었던 시리즈.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기본 설정이 워낙 흥미롭고 대부분 걸출한 메인히어로들의 사이드킥이라 그런지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은 있는 것 같다. 질풍노도의 10대시절을 겪은, 메인 히어로의 보조적 인물들의 고생스러운 내면이 보여서 더욱 흥미로운 듯. 2기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완성도로 돌아오길.  

 

곧 방영될 타이탄 시즌2 포스터

 

 

 

오랫만에 본 넷플릭스 미드, 루크 케이지. 마블 히어로 시리즈중의 하나로 루크 케이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제시카 존스에서는 어느정도 비중있게 나오기도 했다.

 

데어데블을 상당히 재밌게 봤던 터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가 루크 케이지는 기대보다 많이 밋밋하다. 흑인 히어로라는 컨셉으로 흑인 갱들이 주름잡는 할렘을 무대로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데어데블의 헬스키친 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어둠의 도시도 아니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미드 고담에서 처럼 갱들간의 권력다툼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실존하는 도시이기도 해서 그런 것인지 치안상태는 부족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을 품고 있는 매력있는 도시로 그려진다. 그런 곳에 나타난 흑인 히어로는 극적이고 도시의 희망같은 느낌 보다는 그냥 평범한 힘쎈  아저씨같은 느낌.

 

 주인공의 초능력에 대한 함의도 그다지 흥미롭진 않다. 그야말로 억울한 수감생활하다가 썸타던 여친에게 억울하게 속아서 억울하게 생체실험당하다가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된건데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건가... 개인사도 여기저기 흔하게 쓰이는 가족 막장극에 가까웠는데 도라이같은 이복 형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 하다가 나중에 정의구현 하는 스토리. 그것도 수많은 악당들 중 형만 물리쳤을 뿐 진짜 도시의 악당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채 시즌1이 끝나서 '이게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배우들은 괜찮은 캐릭터가 몇명 있었는데 그런 캐릭터들을 스토리로 쫀쫀하게 엮지 못한 느낌이다. 초반 악당인 갱단두목 코넬과 사촌누나이자 정치인 머라이어 두명 말고는 딱히 인상에 남는 캐릭터도 없고... 도라이같은 형도 분위기만 엄청 잡다가 나중엔 뜬금없는 로보캅 코스프레는 뭐여... 

 

악당들이 세력다툼은 안하고 흑인 인권을 빙자해서 여론몰이에나 몰두하는 모습만 줄창 나오다보니 더 재미없게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너무 뻔하게 그냥 무조건 뒤집어씌우기...증언하나 나왔다고 분위기가 휘떡휘떡 바뀌는 것도 웃기고... 요새 현실이 너무 막장이다보니 드라마가 재미가 없다... 그나마 마지막에 정의구현도 실패하고 주인공은 과거에 지은 죄 때문에 도로 감옥감..대체 무슨 재미로 이 드라마를 봐야 되는가...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 미드

위노나 라이더를 미드에서 볼 수 있다니... 유명배우가 나오기 때문만이 아닌 드라마 자체가 매우 재밌다. 미스테리 면서 sf 쯤 되려나? 예전 미드 엑스파일이나 환상특급 생각나기도 하고..
 E.T.의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재밌게 볼 수 있다. 외계인 대신 빡빡머리 초능력 소녀가 그자리를 대신하지만. 
오랫만에 보는 이런 장르 매우 좋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들에 뻔하지 않은 시나리오. 그러면서도 개연성에 충실한!!! 물론 뒤집어진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세계관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제겨우 시즌1이니 다음시즌을 기대하기로 했다. 아마 내년쯤 나올려나...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때문에 집, 소품, 차량등이 옛스럽고 정겹다. 그냥 배경이 70년대일뿐 응팔처럼 추억팔이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ET라던가 구니스라던가 옛날 8,90년대 어린이들의 모험활극의 분위기가 풍기기는 한다. 사건을 끌고 나가는 인물들이 중학생(혹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고등학생이고, 어린 아이들이 sf영화에서의 과학자포지션이 된것도 특이했다. (물론 진짜 과학자 설정은 아니고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악역을 제외하곤 제일 과학적 지식이 뛰어나며 사건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제안한다는 면에서.)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걸출하다고 까지 느껴지진 않았지만 거슬리는 점은 없었다. 위노나 라아더의 영화에서의 이미지만 알고 있어서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정신줄을 놓아가고 있는 중년의 엄마를 연기하는 모습은 매우 새로웠다.
너무 좋았던 것이 감질나는 스토리진행. 진짜 단서들을 찔끔찔끔, 궁금할 찰나에 화면전환 이런 방법을 너무 잘써서 순식간에 몰아보게 한다. 던져진 떡밥도 대부분 회수되고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도 마지막에 살짝 나온다.
괴물 표현은 조금 촌스럽고 전형적이기도 한데 그점은 좀 아쉽다. b급 괴물영화에서나 흔히쓰는 점액질 표현은 일부러 후지게 한건지 배우가 비싸서 돈을 못쓴건지 그부분만 너무 퀄이 떨어져서 좀 튄다. 포스터도 옛스럽게 수채화 느낌의 포스터를 쓰던데 프로모션은 그렇게 해도 개그물도 아닌데 내용상 그래픽까지 그런느낌 쓰는 거는 개인적으론 싫다. 특히 뒤집어진 세계로의 입구 표현한거는 진짜....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 흔치않은 15금이라 좋은 것도 있다. 여럿이 봐도 부담없다. 인기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청불이라 요새 뇌가 썩는 기분인데 그럴 때 만난 드라마라 더욱 반갑기도 했다.



ps.군사적 목적의 초능력연구가 나오는 영화들을 원한다면 엑스멘도 재밌지만 조지클루니가 나오는 '초능력자들' 을 추천한다. 초능력이 있긴한데 남에게 말하기도 민망한 쓰잘데기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눈물나는 이야기. 재밌다.

데어데블 시즌1
넷플릭스 미드


내가 넷플릭스를 가입한 이유이기도 한 미드. 마블시리즈 원작자체의 팬은 아니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아이언맨, 엑스멘 시리즈들의 성공적인 영화화 이래로 히어로무비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tv시리즈로만 오면 괜찮은걸 찾기가 힘든데 데어데블은 영화는 참 구렸던것과 달리 드라마로는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자연스러운 주인공 능력설정과 무게감있는 악역 킹핀의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인데, 액션씬같은 경우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더니 진짜 연상되는 점이 있었다. 또한 주연 조연 빌런 단역등 모든 캐릭터가 망치는 것 하나없이 매력적이고 연기도 일품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고담시티에 비견할만한 헬스키친의 우울한 거리, 변호사로서 무력함을 느끼고 밤만되면 폭력 자경단으로 돌변하는 시각 장애인 변호사 맷과 마음따뜻한 동업자이자 대학친구 포기, 누명을 쓴 범죄피해자에서 변호사사무실을 돕는 사무원으로 변신하는 카렌, 맷의 비밀을 아는 주인공 썸녀이자 간호사 클레어, 킹핀에 대해 파헤치는 신문기자 유릭, 헬스키친을 자신만의 방법과 룰로 지배하며 변화시키고 싶은 헬스키친의 지배자 피스크(킹핀). 아무런 해답도 보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감각에 의지해가며 헤쳐 나가야 하는 헬스키친을 사는 인물들과 앞이 보이지 않은채 또다른 감각을 연마하여 싸워나가는 주인공의 상황은 많이 닮아있다. 특히 양면성을 가진 킹핀의 캐릭터는 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빌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레저의 조커만큼이나 존재감 강렬했던 빌런이었다. 특히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 쉬운 캐릭터 임에도 격조있고 진지하고 우울함과 내적모순과 카리스마를 다 갖춘!!! 주인공보다도 더 매력 있었던 캐릭터였다.)


매트 머독

낮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밤에는 범죄집단을 힘으로 응징하는 악마자경단. 특히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배려대상 약자 포지션이면서 강한 격투술을 가진 강자이기도 하다. 다른측면에서도 법을 수호하는 법조인이면서 주먹으로 응징하는 무법자라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로 존재자체가 모순을 안고있는 재밌는 캐릭터. 특히 눈을 가리는 검은 두건이 인상적이다 (오히려 후반부의 완성된 코스튬이 촌스러워 보일정도). 법을 상징하는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속의 인물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포기 넬슨

동료변호사이자 동업자. 헬스키친의 선량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만큼 티없이 착하고 맑고 사랑스럽다. 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은사람. 한편으로는 절친 매트에 대해 자격지심도 있는 것 같고, 외모에서도 드러나듯 친구로는 손쉽지만 이성으로 느껴질만한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지못미할 상황이 다소 있다. 시즌1에서 만큼은 제일 인간적 호감형 캐릭터. 


카렌

원래는 건설사 비서 출신으로 살인누명을 쓰지만 넬슨과 머독에게 변호를 받고 누명을 벗는다. 이후 넬슨앤 머독 사무실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사무실 운영을 맡게된다. 눈치도 빠르고 매력적인 외모에 조금은 여우캐릭터. 하지만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본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거나 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한다. 매트처럼 강하지도 않고 포기처럼 무작정 착하지만도 않은 가장 현실적인 서민캐릭터.


클레어

매트머독의 썸녀. 잠깐 사겼지만 매일 다쳐서 돌아오는 위험한 생활을 반복하는 남친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헤어진다. 하지만 감정은 많이 남아있는듯. 병원에 갈 수 없는 데어데블을 몰래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을 살리는게 천직이고 그래도 법을 지키며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 정의감 만큼이나 두려움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데어데블을 돕는 용기있는 캐릭터. 


피스크 (킹핀)

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역. 무법천지의 헬스키친에서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보스. 본인 스스로도 아동학대의 피해자로 무법천지의 상황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과 권력으로 도시를 장악하며 자신의 룰로 돌아가는 도시로 바꿔놓는다. 법과 정의를 믿지 않으며 돈과 뇌물 협박등으로 언론과 정치를 장악하고 시장선거에 출마한다. (이 시즌 자체가 킹핀의 가면과 위선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 예술가를 일편단심 열렬히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공적인 법과 정의 보다는 자신의 사람들과 권력을 위한 사적 정의가 절대적인 캐릭터.  무법천지의 헬스키친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힘으로 일어선 캐릭터라 피스크의 행동과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공공의 정의와 공권력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와 결함으로 가득차 있는지를 증명하는 산 증인.
근데 내가 예전에 봤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에서 최대 빌런이 킹핀이었던 것 같은데 왜 데어데블의 대표 빌런이 되어있는거지? 같은 마블이라 빌런도 공유하는 걸까?


스틱

매트머독의 스승. 각종 무술과 시각 이외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훈련시켰다. 보다보면 이 엄청난 사람이 왜이러고 사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시즌2에서 그 의문점은 많이 해소됨.


가장 좋았던 미덕은 배우들의 연기에 구멍이 없다는 점. 주연인 매트머독역과 피스크역은 물론이고 모든 캐릭터가 각자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성격과 고민을 더없을 정도로 멋지게 연기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보다도 인물간의 충돌과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ps.시즌2도 재밌었지만 역시 처음 접했던 시즌1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물론 퍼니셔의 캐릭터는 훌륭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이 늘어나면서 산만한 느낌도 있고 퍼니셔나 엘렉트라의 캐릭터에 비해 주인공인 데어데블의 존재적 설득력이 좀 약하거나 휘둘리는 느낌이어서 데어데블 시즌2 보다는 퍼니셔 비긴즈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다 재밌다. 

ps2. 컨셉아트, 그리고 시즌2 포스터

넷플릭스에서 시즌1 정주행했다. 느낌은 전형적인 여성향 할리퀸로맨스를 영상화한 느낌.

 


로맨스소설의 온갖 자극적인 19금 요소는 모두 들어있다. 집착, 강간, 동성애, 새디즘, 결핍된 인간의 변태적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주인공보정. 기본적인 설정도 40년대 2차대전을 겪은 군간호사출신의 평범한 영국여성이 마초적이고 봉건적인 18세기로 타임슬립하는 내용이라 가만히 있어도 현대적인 간호지식으로 무장한 신여성이 되어버리는 설정이다. 전쟁으로 얼룩진 위생관념 제로의 봉건사회 영국에서 주인공은 기본스탯만으로도 거의 화타수준의 명의취급을 받으며  얼핏들은 역사지식으로 과거의 무지몽매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차원에 사는 깨어있는 현자 포지션이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처음엔 모두 경계하거나 적대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도움을 받거나 목숨을 빚지거나해서 그녀를 위한 친위대로 돌변하며 감정적인 호감을 느낀다. 특히 적대하더라도 성적인 매력이 항상 뿜어져 나와 적들은 그녀를 싫어하면서도 성적으로 정복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계속 드러내고 늘 정절의 위기가 닥쳐올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주인공이 나타나서 멋지게 구해낸다.


특이한것은 남자주인공이 드라마 전체의 히로인 역할로 주인공여자와는 영혼을 나누는 사랑하는 사이임과 동시에 드라마의 가장 큰 악당이 오랫동안 변태적인 집착을 드러내는 상대라는 점이다. 결국 남자주인공은 악당에게 굴욕적이면서도 쾌락적인 동성강간을 당하고, 여자주인공은 숭고한 사랑으로 마음이 죽어버린 그를 감싸며 영혼을 치유하는...지극히 전형적인 할리퀸류의 로맨스극이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스코틀랜드 지주출신 (역시 로맨스소설의 전형인 출신성분이 하이클래스...)의 청년인 제이미와 메인빌런인 랜달장군의 연기력이 진짜 ㅎㄷㄷ 하다. 개인적으로 랜달역의 배우가 진짜 인상깊었는데 1인2역의 역할-여주의 본남편과 과거시대의 악당 랜달장군의 역할이 모두 훌륭했다.악당랜달의 무섭도록 뒤틀린 집착과 새디즘, 1945년의 아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랜달교수의 절망과 안타까움. 이 두 인물의 정 반대이면서도 어쩌면 닮은 듯한 내면의 고통을 너무 잘 연기하는 것 같아서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배우를 감상하는 재미로 봤다. 뭐 여성향 로맨스의 특징인 양다리의 정당화라던가 주변남자들이 좀 불쌍하단 느낌과 온갖 민폐끼치면서도 엄청 유능한 척 하는 짜증나는 주인공보정과,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아닌 교훈은 로맨스드라마의 필수요소와도 같은 것이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시즌2도 똑같은 느낌일것 같아서 왠지 그만 보고도 싶지만 제이미의 노년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스킵하며 볼까 생각중이다. 특히 제일 싫은것은 시즌2, 1화에서 삶의 목적성을 위해, 혹은 정치적 고결함을 위해 승산없는 싸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주인공 혼자 현대로 돌아와 모든걸 잊고 본래남편이랑 잘먹고 잘살기로 한 스토리로 가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진짜 보기 싫었다. 차라리 주인공도 과거에서 그냥 생을 끝내면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싶었는데 혼자만 돌아와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건 너무 애절한 결말을 위해 주인공을 비겁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참 싫다. 하지만 이또한 로맨스드라마의 특징인 두마리 토끼 모두 손에쥐는 판타지. 안정적인 사랑과 남은 여생의 평안과 행복한 결말을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아서 보기가 망설여진다.


아무리 주인공의 모든 실수와 비겁함을 정당화하거나 그조차도 감싸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식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이 로맨스드라마의 미덕이라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좀 감정을 이입할만한 매력있는 인간이었으면 좋겠다.미드 '원 헌드레드' 도 그런 점 때문에 보다가 포기했는데 이건 포기하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좀 아깝긴 하다.

 

 

*이 리뷰는 예전의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티스토리로 옮겨온 것입니다. 3,4년 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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