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본 넷플릭스 미드, 루크 케이지. 마블 히어로 시리즈중의 하나로 루크 케이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제시카 존스에서는 어느정도 비중있게 나오기도 했다.
데어데블을 상당히 재밌게 봤던 터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가 루크 케이지는 기대보다 많이 밋밋하다. 흑인 히어로라는 컨셉으로 흑인 갱들이 주름잡는 할렘을 무대로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데어데블의 헬스키친 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어둠의 도시도 아니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미드 고담에서 처럼 갱들간의 권력다툼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실존하는 도시이기도 해서 그런 것인지 치안상태는 부족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을 품고 있는 매력있는 도시로 그려진다. 그런 곳에 나타난 흑인 히어로는 극적이고 도시의 희망같은 느낌 보다는 그냥 평범한 힘쎈 아저씨같은 느낌.
주인공의 초능력에 대한 함의도 그다지 흥미롭진 않다. 그야말로 억울한 수감생활하다가 썸타던 여친에게 억울하게 속아서 억울하게 생체실험당하다가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된건데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건가... 개인사도 여기저기 흔하게 쓰이는 가족 막장극에 가까웠는데 도라이같은 이복 형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 하다가 나중에 정의구현 하는 스토리. 그것도 수많은 악당들 중 형만 물리쳤을 뿐 진짜 도시의 악당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채 시즌1이 끝나서 '이게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배우들은 괜찮은 캐릭터가 몇명 있었는데 그런 캐릭터들을 스토리로 쫀쫀하게 엮지 못한 느낌이다. 초반 악당인 갱단두목 코넬과 사촌누나이자 정치인 머라이어 두명 말고는 딱히 인상에 남는 캐릭터도 없고... 도라이같은 형도 분위기만 엄청 잡다가 나중엔 뜬금없는 로보캅 코스프레는 뭐여...
악당들이 세력다툼은 안하고 흑인 인권을 빙자해서 여론몰이에나 몰두하는 모습만 줄창 나오다보니 더 재미없게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너무 뻔하게 그냥 무조건 뒤집어씌우기...증언하나 나왔다고 분위기가 휘떡휘떡 바뀌는 것도 웃기고... 요새 현실이 너무 막장이다보니 드라마가 재미가 없다... 그나마 마지막에 정의구현도 실패하고 주인공은 과거에 지은 죄 때문에 도로 감옥감..대체 무슨 재미로 이 드라마를 봐야 되는가...
내가 넷플릭스를 가입한 이유이기도 한 미드. 마블시리즈 원작자체의 팬은 아니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아이언맨, 엑스멘 시리즈들의 성공적인 영화화 이래로 히어로무비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tv시리즈로만 오면 괜찮은걸 찾기가 힘든데 데어데블은 영화는 참 구렸던것과 달리 드라마로는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자연스러운 주인공 능력설정과 무게감있는 악역 킹핀의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인데, 액션씬같은 경우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더니 진짜 연상되는 점이 있었다. 또한 주연 조연 빌런 단역등 모든 캐릭터가 망치는 것 하나없이 매력적이고 연기도 일품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고담시티에 비견할만한 헬스키친의 우울한 거리, 변호사로서 무력함을 느끼고 밤만되면 폭력 자경단으로 돌변하는 시각 장애인 변호사 맷과 마음따뜻한 동업자이자 대학친구 포기, 누명을 쓴 범죄피해자에서 변호사사무실을 돕는 사무원으로 변신하는 카렌, 맷의 비밀을 아는 주인공 썸녀이자 간호사 클레어, 킹핀에 대해 파헤치는 신문기자 유릭, 헬스키친을 자신만의 방법과 룰로 지배하며 변화시키고 싶은 헬스키친의 지배자 피스크(킹핀). 아무런 해답도 보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감각에 의지해가며 헤쳐 나가야 하는 헬스키친을 사는 인물들과 앞이 보이지 않은채 또다른 감각을 연마하여 싸워나가는 주인공의 상황은 많이 닮아있다. 특히 양면성을 가진 킹핀의 캐릭터는 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빌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레저의 조커만큼이나 존재감 강렬했던 빌런이었다. 특히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 쉬운 캐릭터 임에도 격조있고 진지하고 우울함과 내적모순과 카리스마를 다 갖춘!!! 주인공보다도 더 매력 있었던 캐릭터였다.)
매트 머독
낮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밤에는 범죄집단을 힘으로 응징하는 악마자경단. 특히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배려대상 약자 포지션이면서 강한 격투술을 가진 강자이기도 하다. 다른측면에서도 법을 수호하는 법조인이면서 주먹으로 응징하는 무법자라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로 존재자체가 모순을 안고있는 재밌는 캐릭터. 특히 눈을 가리는 검은 두건이 인상적이다 (오히려 후반부의 완성된 코스튬이 촌스러워 보일정도). 법을 상징하는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속의 인물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포기 넬슨
동료변호사이자 동업자. 헬스키친의 선량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만큼 티없이 착하고 맑고 사랑스럽다. 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은사람. 한편으로는 절친 매트에 대해 자격지심도 있는 것 같고, 외모에서도 드러나듯 친구로는 손쉽지만 이성으로 느껴질만한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지못미할 상황이 다소 있다. 시즌1에서 만큼은 제일 인간적 호감형 캐릭터.
카렌
원래는 건설사 비서 출신으로 살인누명을 쓰지만 넬슨과 머독에게 변호를 받고 누명을 벗는다. 이후 넬슨앤 머독 사무실에서 회계사로 일하며 사무실 운영을 맡게된다. 눈치도 빠르고 매력적인 외모에 조금은 여우캐릭터. 하지만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본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거나 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한다. 매트처럼 강하지도 않고 포기처럼 무작정 착하지만도 않은 가장 현실적인 서민캐릭터.
클레어
매트머독의 썸녀. 잠깐 사겼지만 매일 다쳐서 돌아오는 위험한 생활을 반복하는 남친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헤어진다. 하지만 감정은 많이 남아있는듯. 병원에 갈 수 없는 데어데블을 몰래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을 살리는게 천직이고 그래도 법을 지키며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 정의감 만큼이나 두려움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데어데블을 돕는 용기있는 캐릭터.
피스크 (킹핀)
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역. 무법천지의 헬스키친에서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보스. 본인 스스로도 아동학대의 피해자로 무법천지의 상황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과 권력으로 도시를 장악하며 자신의 룰로 돌아가는 도시로 바꿔놓는다. 법과 정의를 믿지 않으며 돈과 뇌물 협박등으로 언론과 정치를 장악하고 시장선거에 출마한다. (이 시즌 자체가 킹핀의 가면과 위선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 예술가를 일편단심 열렬히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공적인 법과 정의 보다는 자신의 사람들과 권력을 위한 사적 정의가 절대적인 캐릭터. 무법천지의 헬스키친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힘으로 일어선 캐릭터라 피스크의 행동과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공공의 정의와 공권력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와 결함으로 가득차 있는지를 증명하는 산 증인. 근데 내가 예전에 봤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에서 최대 빌런이 킹핀이었던 것 같은데 왜 데어데블의 대표 빌런이 되어있는거지? 같은 마블이라 빌런도 공유하는 걸까?
스틱
매트머독의 스승. 각종 무술과 시각 이외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훈련시켰다. 보다보면 이 엄청난 사람이 왜이러고 사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시즌2에서 그 의문점은 많이 해소됨.
가장 좋았던 미덕은 배우들의 연기에 구멍이 없다는 점. 주연인 매트머독역과 피스크역은 물론이고 모든 캐릭터가 각자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성격과 고민을 더없을 정도로 멋지게 연기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보다도 인물간의 충돌과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ps.시즌2도 재밌었지만 역시 처음 접했던 시즌1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물론 퍼니셔의 캐릭터는 훌륭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이 늘어나면서 산만한 느낌도 있고 퍼니셔나 엘렉트라의 캐릭터에 비해 주인공인 데어데블의 존재적 설득력이 좀 약하거나 휘둘리는 느낌이어서 데어데블 시즌2 보다는 퍼니셔 비긴즈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