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시즌1 정주행했다. 느낌은 전형적인 여성향 할리퀸로맨스를 영상화한 느낌.

 


로맨스소설의 온갖 자극적인 19금 요소는 모두 들어있다. 집착, 강간, 동성애, 새디즘, 결핍된 인간의 변태적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주인공보정. 기본적인 설정도 40년대 2차대전을 겪은 군간호사출신의 평범한 영국여성이 마초적이고 봉건적인 18세기로 타임슬립하는 내용이라 가만히 있어도 현대적인 간호지식으로 무장한 신여성이 되어버리는 설정이다. 전쟁으로 얼룩진 위생관념 제로의 봉건사회 영국에서 주인공은 기본스탯만으로도 거의 화타수준의 명의취급을 받으며  얼핏들은 역사지식으로 과거의 무지몽매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차원에 사는 깨어있는 현자 포지션이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처음엔 모두 경계하거나 적대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도움을 받거나 목숨을 빚지거나해서 그녀를 위한 친위대로 돌변하며 감정적인 호감을 느낀다. 특히 적대하더라도 성적인 매력이 항상 뿜어져 나와 적들은 그녀를 싫어하면서도 성적으로 정복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계속 드러내고 늘 정절의 위기가 닥쳐올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주인공이 나타나서 멋지게 구해낸다.


특이한것은 남자주인공이 드라마 전체의 히로인 역할로 주인공여자와는 영혼을 나누는 사랑하는 사이임과 동시에 드라마의 가장 큰 악당이 오랫동안 변태적인 집착을 드러내는 상대라는 점이다. 결국 남자주인공은 악당에게 굴욕적이면서도 쾌락적인 동성강간을 당하고, 여자주인공은 숭고한 사랑으로 마음이 죽어버린 그를 감싸며 영혼을 치유하는...지극히 전형적인 할리퀸류의 로맨스극이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스코틀랜드 지주출신 (역시 로맨스소설의 전형인 출신성분이 하이클래스...)의 청년인 제이미와 메인빌런인 랜달장군의 연기력이 진짜 ㅎㄷㄷ 하다. 개인적으로 랜달역의 배우가 진짜 인상깊었는데 1인2역의 역할-여주의 본남편과 과거시대의 악당 랜달장군의 역할이 모두 훌륭했다.악당랜달의 무섭도록 뒤틀린 집착과 새디즘, 1945년의 아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랜달교수의 절망과 안타까움. 이 두 인물의 정 반대이면서도 어쩌면 닮은 듯한 내면의 고통을 너무 잘 연기하는 것 같아서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배우를 감상하는 재미로 봤다. 뭐 여성향 로맨스의 특징인 양다리의 정당화라던가 주변남자들이 좀 불쌍하단 느낌과 온갖 민폐끼치면서도 엄청 유능한 척 하는 짜증나는 주인공보정과,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아닌 교훈은 로맨스드라마의 필수요소와도 같은 것이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시즌2도 똑같은 느낌일것 같아서 왠지 그만 보고도 싶지만 제이미의 노년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스킵하며 볼까 생각중이다. 특히 제일 싫은것은 시즌2, 1화에서 삶의 목적성을 위해, 혹은 정치적 고결함을 위해 승산없는 싸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주인공 혼자 현대로 돌아와 모든걸 잊고 본래남편이랑 잘먹고 잘살기로 한 스토리로 가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진짜 보기 싫었다. 차라리 주인공도 과거에서 그냥 생을 끝내면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싶었는데 혼자만 돌아와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건 너무 애절한 결말을 위해 주인공을 비겁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참 싫다. 하지만 이또한 로맨스드라마의 특징인 두마리 토끼 모두 손에쥐는 판타지. 안정적인 사랑과 남은 여생의 평안과 행복한 결말을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아서 보기가 망설여진다.


아무리 주인공의 모든 실수와 비겁함을 정당화하거나 그조차도 감싸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식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이 로맨스드라마의 미덕이라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좀 감정을 이입할만한 매력있는 인간이었으면 좋겠다.미드 '원 헌드레드' 도 그런 점 때문에 보다가 포기했는데 이건 포기하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좀 아깝긴 하다.

 

 

*이 리뷰는 예전의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티스토리로 옮겨온 것입니다. 3,4년 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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