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토리의 빈약함이나, 뜬금없는 감성씬이나, 스토리텔링보다는 뮤직비디오식의 연출에 치중하는 것이 좀 거슬리기도 한다.
그런데 도리어 그런 감성적인 면들, 지나치게 아름다운 시골풍경과, 혜성이 떨어지는 하늘, 그것도 비극을 가져다줄 그 혜성이 너무나 예뻐서 더 안타까웠던 감정들, 탁트이고 새파랗고 그자체로 감동일 수 밖에 없는 자연의 묘사들이 별것아닌 스토리에도 눈물나게 만든다.
지금 나의 삶에 필요한게 바로 이거였구나.
하늘은 파랗고
시골은 맑고
산은 아름답고
하루하루의 일상이 빛나는
그런 당연하고도 당연한 아름다움들이
너무 오랫동안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렸구나.
티비만 틀면나오는 암울한 뉴스들
내가 사는 세상이 내가 알던세상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음을 하루하루 놀라면서 목격하는 요즘.
매일매일이 우울하고, 인터넷을 보고 티비를 볼때마다 우울감에 빠져들걸 알면서도 도저히 관심을 거둘수 없어 계속 나락으로만 떨어지는 요즘..
그러한 요즘이기에
이 청명한 그림으로 가득한 애니메이션에 마음이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매일매일 싫을정도로 이 세상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비판과 비난과 반성과 자성이 넘쳐나고
하루하루 변해사는 세상사에 불안함과 우울함이 가득한 지금.
참으로 적절하게 치유해준다.
사회비판이 너무 약하다던가, 인간 감정선이 세세하지 못하다던가, 좀더 영화가 집요하지 못하다던가, 다 맞는 말이다.
마음이 복잡할 땐 그저 맛있는 식사 한끼, 멋진 자연이 위로가 되듯
심플하고 아름다운, 그냥 보기만해도 행복한 풍경들을 보는것이 지금의 나에게, 또 나와 비슷한 상태에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일인것 같다.
감독은 말했다. 내일이라도 없어질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그런 비극과 불안보다도,이 감독이 그리는 삶은 굉장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우리는 항상 삶의 비극만을 굉장히 자세하고 집요하게 그려내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삶의 따스함과 생명력과 행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극과 부조리에만 집중하느라
삶의 행복이 어떤것이었는지 다 잊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이 반가웠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초록으로 가득하고, 저수지와 조금은 불편하고 심심한 일상,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풍경들과 소소한 일상들, 소소한 속상함, 큰 야망은 없어도 그저 살던곳에서 계속 살게 되겠지라는 평화로움. 누군가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 그런 별것아닌 일상들.
그게 그렇게 소중하고 멋진거다.
우린 그런 것들을 자의로, 또 타의로 잃어버리게 된것 같다. 이런 가상의 애니메이션에서나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불완전한 이야기 조차 마음을 빼앗겨 버릴 정도로, '행복'이란 감정에 너무 굶주려 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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