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만 봐도 어느정도 예상되는 내용. 갑작스런 재난과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코믹스럽게 그려내지만 마냥 웃을 수도 없는 그런 내용들. 재난영화지만 일종의 사회부조리극의 모습이 더 드러나는 영화다.


부산행도 그렇고 터널도 그렇고. 더 거슬러올라가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까지 겉으로는 코미디나 범죄느와르, 좀비물등 대중적인 장르를 취하지만 사실은 사회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는 영화가 공식처럼 흥행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이 그렇기도 하고 뉴스에서나 접하는 일들이 실제 일상생활에서까지 체감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며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외국의 재난영화류(자연재해,괴물이나 외계인침공등...)를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항상 어린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라던가 불화가 일상인 가족들이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한다는 뻔한 결말같은것에 별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널도 처음엔 볼 생각이 없었다. 순전히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라서 티켓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좀 더 가벼운 영화였던 것 같다. 요새 기분도 그렇고 너무 무겁거나 사회저격용 계몽영화같은건 더욱 꺼려지기도 했는데 의외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슬픈일이 상기되는 장면은 많았지만 현실과는 달리 분노를 쥐어짜게 만드는 캐릭터들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 같다. 특정 악역이 있다기보다 그저 언론집단, 책임자집단 이런식으로 뭉뚱그려졌는데 그래서 좀 맹숭맹숭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다. 재난현장 책임자로 내려온 김해숙(역할이름 기억 안남. 무슨 장관이라고 했던것도 같고...) 정도가 그나마 기억나는 악역인데 좀 밉상스럽고 아둔한 느낌의 코믹스런 악역이었다. 가장 기억나는건 케잌을 다 먹어치운 강아지의 열연. 

하이라이트부분이 여론의 변화를 다루는 부분인듯한데 임팩트가 좀 약한것 같았다. 영화에서는 재건축지연문제로 사회의 이기심을, 구조인력의 사고로 인한 여론의 변화로 효율지상주의와 숫자놀음이 팽배한 우리사회의 차가움을 드러내는데 전반부의 코믹스런 느낌에서 진지한 사회고발로 이어지는 부분의 분위기 변화가 좀 따라가기 껄끄러웠다. 갑작스럽게 결말이 다가오는 느낌도 있어서 읭?스럽기도 했다. 

볼땐 그럭저럭 재밌었는데 보고나서는 별 여운은 없었다. 예상되는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고 항상 반복되는 사회고발 메세지가 이젠 좀 버겁게도 느껴진다. 이사회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답도 안나오는 '그래서 헬조선이다' 류의 스토리보다는 개개인의 드라마를 다룬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던 영화였다.

ps.나도모르게 우리동네 터널이 무섭다고 느껴지는 거 보면 이영화가 못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전의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티스토리로 옮겨온 것입니다. 3,4년 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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